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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교육은 왜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가

동시란 무엇인가?

– 동시는 ‘동심’을 제재로 삼는 시문학의 한 분야이며 아동이 세상과 주고받은 미지의 그 무언가를 운율과 형식을 갖추고 압축된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고도의 예술작업

–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상상이며 아동의 자발적인 놀이와 같은 것

동시 교육의 현황

– 첫째, 동시는 문해교육의 자료로만 활용되고 있다. 즉, 학교교육에서 동시는 국어교육의 자료로서 다루어져왔고 형식과 주입식의 주제를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두어왔다

이는 유아의 발달수준에 대한 교사들의 믿음과도 관련된다. 즉, 유아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며 문자습득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시의 문학적 이해나 창작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어린 아동들을 위한 단계적인 동시교육 교수법이 연구되었고. 이러한 연구들은 새로운 교수법을 통해 어린 아동들도 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유아의 발달수준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반증

때문에 학생뿐만 아니라 학령기를 지난 성인들까지도 시는 어렵고 기묘한 사람들이 즐기는 것으로 여기며 시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

– 둘째, 문학교육 내용의 불균형 문제는 유아문학교육에서 다양한 문학의 장르가 활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는 동화와 함께 아동문학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으나, 동화에 비하면 동시는 그 이해와 활용이 심각할 정도로 저조했다. 개정 전 누리과정지도서에 수록된 문학작품의 약 3배가량이 동화였으며, 제시된 교육활동 역시 동화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 대부분

– 셋째, 유아교육 현장에서 동시는 문학교육의 중심이 되는 활동이기보다 문해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즉, 동시는 글의 양의 적기 때문에 쉬운 글로 간주되고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자료로서 간주하는 것이다.

한 대학교재를 예로 살펴보면, 아동문학교재의 전체 316쪽 분량 중 동시를 다루고 있는 부분은 8쪽에 불과하였다. 여기서 제시된 동시지도의 방법은 먼저 교사가 유아에게 글자를 크게 인쇄하여 붙인 동시판을 보여주면서 동시를 소리 내어 읽고, 다시 유아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며, 암송하고, 다시쓰기를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동시지도는 시적 경험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언어교육을 위한 의미가 크다.

왜 동시는 제대로 교육되지 못하고 있나

유아교육현장에서 동시교육이 소홀해진 것을 좋은 프로그램이 부재하기 때문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답은 교사들의 경험 안에 있을 것이다. 또한 유아들에게 시적 경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양질의 동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있어서도 수준 높은 교육내용이나 효과적인 교수법에 앞서 교사의 역량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유아기는 생애 어떤 시기보다도 교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며,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아 교사들의 현장 반응

틀에 박힌 수업방식

“수업을 해도 한 10분도 안 되서 끝나고 더 이상은 할 수 없어요. 그냥 거의 진짜 제가 한 줄 읽어주면 따라 읽고 또 읽어주면 따라 읽고 하면서 뭐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그냥 따라하고 수업을 하는 정도?”(E유치원 한00)

“일단은 도입을 하고 난 다음에 (동시판을 보여주고)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동시를 읊어주고 그 다음 아이들이 감상한 느낌을 들어보고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를 물어봐요. 보통 아이들은 의성어나 의태어 같은 부분을 되게 많이 얘기를 하드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 하고 나서 다른 소리로 바꿔볼까라고 진행을 한다든가 아니면 그 밑에 그 뒤에 따라오는 말들이 있잖아

요. 그 상황을 바꿔 얘기해볼까? 이렇게 동시를 한번 바꿔보고 그 다음 이제 활동 평가하고 마무리를 해요. (중략) 아무래도 행사가 많다 보니까 그렇게 확장까지 이어가기는 조금 어려움이 있어요. 애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물어보는 걸로 거의 끝나는 거 같아요.”(B유치원 안00)

“그런 시간이 많이 아예 없거든요. 그냥 같이 (동시판에 쓰여 있는 시를) 후루룩 읽어보고 해보자! 하고. 솔직히 나와서 해보자 하는 그거는 그렇게 시간을 많이 줄 수가 없어요. 근데 이제 정말로 한다면 몇 팀만 나와 보자 해서 뭐 이제 이 팀 한번 낭송해보자! 또 다른 팀 뭐 여자팀에서 몇 명, 남자팀에서 몇 명 나와서 해보자! 하고 들어가고. 이렇게 하는 것도 일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인거 같아요.”(D유치원 박00)

부수적 활동

“어느 순간부터 아예 안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수업을…근데 그래도 이제 계획안엔 나갔으니까 해야지 해서 하는데 조금 뭔가 재밌게 풀어나갔으면 (좋겠지만) 수업할 때마다 그냥 읽어주다가 좀 움직이는 애들 있으면 똑바로 앉으라고 이 얘기하다가 거의 끝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럴 바엔 그냥 안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중간에 멈추게 된 거 거든 요. 정확하게 수업이 아니라 그냥, 그냥 계획안에 있으니까 해야 되는 그런 식의 수업이 되는 거예요. 근데 알고 보면 그런 수업들이 되게 많으니까… 동시뿐만 아니고”(E유치원 한00)

제한된 자료탐색 :  손쉬운 자료수집 선호, 미숙한 동시선택

“솔직히 (시를 골라줄 때 감정이라는 거를) 생각안하거든요. (누리과정)주제에 끼워 맞추기식이에요. 진짜 막 되게 긍정적이고, 활동적이고, 서정적이고 막 이런 거를 다 뭐, 한 번씩 한 번씩 다루는 게 아니라 그냥 얘 동시래 이러면 그냥 갖다 쓰는 거예요. 왜, 잘 모르니까. 그냥 누리과정 지도서에 나와있는 거는 일단 이거는 과학기술부에서 만든 거니까 이거는 이제 안전 빵이잖아? 그러고 갖다 쓰고 0000에 올라와 있는 거도 이거는 유아교육 연구한 사람들이 올린 거니까 써도 되는 거잖아? 하고 갖다 쓰고…”.(B유치원 김00)

“사실 제가 뭐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이걸 봤을 때 아 이게 진짜 괜찮은 동시다, 아 이건 좀 별로다 이런 정확한 선은 없어요. 좋은 동시를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나 기준선이 없는 거죠.” (B유치원 김00)

“초등동시하고 제가 딱히 구별을 해서 유치원용이다 뭐 이런 게 딱히 있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잘 모르겠어요. 차이가 뭐가 있을까요?”(I유치원 김00)

수업운영의 어려움

“모든 아이들이 다, 막 되게 적극적으로 다 참여하는 건…, 그니까 좀 안 듣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어요.”(I유치원 김00)

“정적인 활동이어서…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도 있지만 대소집단, 대집단에서 이렇게 번갈아가면서 읽고 이러면 글씨를 모르는 아이는 흥미가 없을 수도 있고, 그니까 제 생각이에요. 네. 흥미가 없을 수도 있고 또 앉아서 하고 있으니까 앉아서 이야기 나누기랑 비슷한 형태로 이제 진행이 되다 보면 아이들이 그거에서 조금 더 동적인 아이들은 그래도 흥미가 많이… 없어서…”(I유치원 김00)

“아무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해도, 성인들이 생각하는 수업이 있고, 아이들은 또 나름 생각하는 수업이 있는데 그 폭을 맞추기가 어려운 거 같고, 아이들이랑 제가 동시수업을 했을 때 항상 애들이 재미없어요, 왜 이렇게 짧아요? 동화 듣고 싶어요가 사실 많이 나온 거든 요. 그래서 동시를 단독으로 수업하다가 이런 반응이 많이 나오니까 …그래도 동시자체가 딱 들었을 때 아이들이 재밌고 뭔가 흥미가 막 생기고 그랬다면 동시를 단독으로 하는 활동을 유지했을 거 같거든요. 근데 똑같은 주제의 동화는 아이들이 재미없어요. 얘기한 적은 사실 한 번도 없었어가지고. 뭔가 아이들에게 조금 생소한 것? 동시가 가진 한계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J유치원 조00)

“그리고 개인적인 이 수준이 너무 틀려요. 그, 이 동시가 아, 아름답다, 정말 좋다라고 다 같이 느끼기에는 정말 힘들거든요.”(G유치원 배00)

“글씨를 좀 읽는 아이들은 같이 이렇게 자료가 있으니까 그걸 보고 읽거나 같이 따라하는데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은 기억했던 걸 이렇게 다시 해야 되니까 잘 안 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만 3세는 그게 조금 힘든 거 같아요.”(A유치원 송00)

“교사 대 유아 비율이 너무 높아요. 동시는 교감이 필요한 활동이거든요. (중략) 만약에 세 네 명의 아이들과 선생님이 뭔가 아주 재밌는 말을 가져왔는데 읽어볼게, 들어볼래? 라고 하면 애들이 정말 특별한 거 가지고 귀를 쫑긋하고 들을 거예요.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그런데 대다수 26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내가 이 동시를 이게 모든 아이들 귀에 들어가지 않거든요. 그게 문제에요. 교감이 돼야 하는 이런 활동이 많은 아이들과 함께 교감할 수가 없는데, 그래서 어려운거 같아요.”(G유치원 배00)

“동시를 가지고 같은 방법으로 이 대다수의 아이들이 집중한다는 거는, 아이들한테 선생님 말에 따라서 오라고 하는 교사 중심 수업의 표본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더 안하게 되는…, 내가 얘들을 이렇게 끌고 가야 되는 거. (중략) 말의 이런 뭐랄까 신기한 점, 달리 생각해보는 이런 계기를 만드는 동시는 되는데, 그리고 나중에 함께 만드는 동시를 하는 거는 개작할 때도, 함께 만들 때도 쉬운데 개인별로 이렇게 하라면 완전 애들 숙제에요. 너무 어려워해요. 그치? 저는 못써요 라는 말부터 나오는 거예요. 선생님이 도와줄 거라고 말해도, 부담 갖는 거야 애들이. (G유치원 배00)

안주하는 교사 : 교사의 부정적 인식

“동시로 활동을 하려면 교사의 역량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쳐요. (다른 활동은) 교사의 역량이 좀 그래도 그렇게 까진 필요하진 않았는데 다 같이 데리고 하려다 보니까(어렵고) 또 아이들 수준도 있으니까…”(C유치원 이00)

“솔직히 바깥놀이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동시수업은 미리 교수학습 자료라든가 이런 걸 미리 준비를 해야되다보니까 교실 안에 자체로는 애들의 흥미를 그대로 반영을 해서 바로 이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네, 약간 제한적이다? 그런 게 있어서 예전에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약간 열정이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경력이 차면서 좀 네, 유도리를 챙기게 되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랑 수업하는 데 있어서 이거는 이렇게 해서 끝내고 다음활동 넘어가자, 이런 식으로 하게 된 거 같아요.”(B유치원 안00)

위 내용은 아래 논문을 요약, 발췌한 것입니다.

김민화 ( Kim Min-hwa ). “유아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유아 동시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 아동교육 29.3 (2020): 5-37.